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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사이공 25주년 특별공연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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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태어 브래머,에바 노블자다, 홍광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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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사이공, 치열한 비극의 끄트머리에서 인간을 훔쳐보다.
작성일 : 2016.11.11 01:41
조회 : 446
추천 : 1


 미스 사이공의 대략적인 뜻은 베트남전 당시 호치민 지역을 일컫는 사이공의 여자들이지만, 사실상 미군들과 관계를 맺어 미국으로 가게 되는 행운의(?) 여자들을 은유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인 어린 킴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들어가게 된 화류계 클럽에서도 그런 허망한 아메리칸 드림은 끊이지 않았는데요. 많은 창녀들이 미군을 유혹하여 비자를 얻으려하지만 오히려 순수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킴이 크리스와의 하룻밤을 통해 '미스 사이공'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미군이 전쟁에서 지고, 크리스가 뜻하지 않게 베트남에서 철수하게 되면서 킴은 홀로 베트남에 남게 됩니다. 공산군이 점령한 베트남에서 적군인 크리스의 아이인 템을 가진 채 힘겹게 버티던 킴은 오로지 그가 자신과 아이를 데리러 다시 돌아오기만을 순수하게 기다릴 뿐입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 킴의 예전 정혼자가 공산군 간부가 되어 돌아와 킴을 데리러 가려합니다. 그러나 그는 미군의 사생아인 템을 발견하고, 킴을 지키기 위해 템을 죽이려고 하는데요. 이 때 킴은 사랑하는 크리스의 아이인 템을 지키기 위해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을 합니다. 바로 크리스의 총으로 정혼자를 죽인 것이죠.

 그녀는 이를 피하기 위해, 반 미국인인 템을 이용해서 미국으로 떠나길 원하는 포주와 함께 목숨을 걸고 방콕으로 도망갑니다. 그 곳에서 댄서를 하며 끼니를 이어가는데요. 이 때 베트남 여자와 미군 사이에서 생긴 혼혈아들을 위한 두이부이 재단에서 일하던 크리스의 친구가 템의 존재를 알고 크리스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크리스는 3여년의 시간동안 다른 미국인 여자와 결혼을 한 상태였습니다.
 
 킴에 대한 크리스의 죄책감을 이해한 그의 부인은 그와 함께 킴을 찾으러 방콕에 가게 되고, 킴은 그것도 모른 채 크리스가 자신과 템을 데리러 왔다고만 생각하는데요. 크리스를 보러 호텔방에 찾으러 갔다가 그의 부인에게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 킴은 극심하게 고통스러워하다, 템만이라도 데려가달라고, 템을 보러 오기라도 해달라고 사정합니다. 
 
 그리고 크리스 부부가 킴과 템을 보러 오자, 그녀는 템을 그들 부부에게 맡긴 후 크리스가 그녀에게 맡겼었던 총으로 그녀 자신을 쏘면서 이 비극적인 이야기의 대단원은 막을 내립니다. 

 아직도 킴이 템을 안고, 너를 위해서는 자기 삶을 모두 바칠 수 있다고 울부짖는게 들리는 것 같군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저는 뮤지컬을 많이 본 적이 없어서...4대 뮤지컬이라고, 꼭 봐야 하는 뮤지컬이라고 해서 보러 온건데 ㅠㅠㅠ 이렇게 멋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시간 관계상 갈라쇼를 보지 못하고 나왔습니다만 ㅠㅠ... 정말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던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베트남 특유의 오리엔탈리즘적인 분위기와 무대장치들의 현란하고 압도적인 향연들은 정말 죽기 직전엔 꼭 봐야 될 것 같았어요! 무대에서 봤었으면 정말 기절했었을듯...!

 배우분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열연도 한몫 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황광호 배우님......정말,정말,정말, 연기 잘 하시더라구요.다른 주연 배우분들에 전혀 꿀리지 않는....아니 그 이상을 보여주신 것 같았어요. 엄청 몰입이 되더라구요.
 뿐만 아니라 세밀한 감정묘사와 강렬한 주제의식이 드러나 좋았습니다. 무나 비극적일정도로 환상적인 아메리칸 드림에 도취되어 있는 전쟁 전후의 베트남인들의 모습, 피와 살이 튀기는 전쟁 속에서 살아있음을 확인받고자 몸부림치는 미군들의 모습들이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인간의 심리변화가 돋보였어요.
 
 먼저 주인공인 킴은 어린아이답게 순수한 사랑에 대해 환상과 희망을 갖고 있어요.그녀는 크리스의 사랑이 진실하다는 것을 확인 받기 위해 극단적으로 회피, 합리화 하는 행태를 보이죠. 이는 곧 사랑의 징표인 템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희생로 연결되는 듯이 보입니다. 여리여리한 몸과, 가녀린 목소리, 순수한 마음을 가졌지만 어찌보면 그 누구보다도 강인한 인물이었습니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망설임없이 두 사람(!)을 죽였으니까요.

 또한 크리스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킴을 사랑한다고 착각합니다. 죽음으로 둘러싸인 전쟁터에서, 많은 군인들이 하다시피 그도 원초적인 욕구의 충족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순수하지만 연약한 킴을 만나고, 그녀를 구원하는 역할을 택함으로써 일말의 죄책감을 해소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합니다. 이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결국 그가 택한 미국에서의 삶과 대치될 수 없는 하룻밤 꿈으로 변질될 뿐입니다. 그는 이를 자신에 대한 동정, 변명, 회피로 일관합니다. 군인이라는 강인한 외피를 가졌었지만 실상 오히려 킴보다도 연약한, 두려움이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정혼자 또한 킴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는 온전히 집착과 소유욕에서 빚어진 사랑이었습니다. 정혼한 킴이 자신의자라면서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이를 위해 그녀의 아이를 죽이려고 하죠.

 실은 여기서 가장 사랑이라고 할만한 감정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크리스의 부인이었다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크리스가 힘들때 그의 곁에 있어준 것은 물론, 밤마다 외간 여자의 이름을 소리쳐도(...) 그의 고통에 오히려 공감하구요. 심지어 베트남에서의 결혼 사실을 숨겨뒀다가 들키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식이 있는데도, (절망과 질투는 하지만) 크리스가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를 보내줘야지 않느냐며 고뇌도 나름 합니다.. 심지어 그 혼외자식을 보러 방콕까지 가니까요...저는 실은 오히려 이 분의 대목에서 이입이 되서 눈물이..그만... 크흡ㅜㅠㅠ 

 아무튼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이전에도 있어서는 안 될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뭔가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끔하는 것이 명작 중의 명작이지 않나 하고 생각을 해봅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정말 기억에 길이 남을 것 같은 뮤지컬이에요. 이런 뮤지컬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많은 분들도 꼭 미스 사이공의 감명깊은 이야기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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